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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꾸덕

@ball_nongno

이명헌은 생각했다. 이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자고. 그 생각 하나가 이 계획의 시작이었다.

 

 

*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단순하다고 말하자면 단순했고, 복잡하다고 말하자면 복잡했다. 그러니까 대략 명헌이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우성은 북산에게 졌던 그 대회가 끝난 후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아예 자리를 잡았고, 특유의 집요함으로 결국 프로 선수 자리까지 손에 넣었더랬다. 명헌이형, 저 드디어 프로가 됐어요! 미국에서 전화가 왔을 당시 명헌은 진작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가 국내 프로를 준비 중이던 찰나였다. 축하해용. 짧은 축하 인사와 가벼운 농담,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인사까지 끝이 나고서야 문득, 명헌은 우성이 보고 싶다고 느껴졌다. 생전 처음 겪는 그리움이었다. 그렇지만 명헌은 통화가 끝나고, 우성이 먼저 끊으라며 자신을 기다리던 그 순간까지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짧은 시간 후 전화가 끊겨 규칙적인 음이 반복되고 나서야 명헌은 입을 열 수 있었다. 보고 싶어.

 

원래 감정은 자각하는 순간 폭발한다고 그랬던가. 명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의식하지 못했던 그리움을 자각하고 난 이후부터 머릿속은 정우성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우성이 아른거렸고, 익숙한 길을 지날 때면 우성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리움은 곧 짙은 애정이 되었다. 그리움에 이은 명헌의 두 번째 자각이었다.

 

명헌은 이 감정을 잘 지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은 무려 그 산왕의 주장 아니었던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이명헌, 자신이었다. 적어도 우성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우성을 만난 것은 그로부터 몇 주 후였다. 시즌이 끝나는 것에 맞춰 오랜만에 귀국한 우성을 환영하는 축하 파티가 열렸다. 오랜만에 농구부원들이 전부 모이니 주장이었던 명헌 또한 빠질 수 없었다. 파티 장소에 도착했을 때 우성은 없었고, 명헌은 그저 숨을 길게 내쉬며 자신의 마음을 확신했다. 자신은 이제 괜찮다고. 명헌이형. 그때 나타난 우성은 이전보다 키가 조금 더 커져 있었다. 그를 올려다보던 명헌은 깨달았다. 자신은 크게 동요했다. 사라졌으리라 믿었던 그리움도, 짙은 애정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단숨에 부풀어 올랐으니까. 심장이 크게 뛰어 미간을 구길 정도였다.

 

‘형? 오랜만에 봤는데 표정이 왜 그래요…’

 

‘…큰일 났다, 뿅.’

 

명헌은 우성을 보며 확신했다. 이 감정은 지울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은 우성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고. 이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헌의 짝사랑은 더 오래가지 않았다. 축하 파티에서 거나하게 술을 들이킨 우성을 명헌이 데려다주던 와중, 갑자기 우성이 물었다. 왜 이렇게 쌀쌀맞아여? 나 안 보고 싶었어여? 나는 형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내가 얼마나 형을 사랑하는데! 물음으로 시작한 말은 곧 외침으로 변했고, 급기야 사랑 고백까지 뱉어버린 우성을, 명헌은 놓치지 않았다. 

 

‘우성. 그럼 우리 사귈까용?’

 

‘네? 네? 당연하죠!’

 

‘내일 기억 안 난다고 하기 없기. 뿅. 기억 안 난다고 하면 가만 안 둘거예용.’

 

‘절대로 잊어버릴 리가 없어여! 형, 명헌이형. 나 진짜 형이 너무 좋아여!’

 

그렇게 길면 길었던 짝사랑이 끝나고 짧고 굵은 사랑 고백이 끝난 다음 날, 명헌의 집에서 눈을 뜬 우성은 자신이 내뱉은 말처럼 전날 있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해 냈다. 되려 일말의 부끄러움 없이 명헌을 끌어안고 좋아한다며 노래를 불렀더랬다. 그것이 명헌과 우성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나 지났을까. 미국에서 생활하던 우성은 계약 시즌이 되자 국내의 팀으로 이적한다고 알려왔으며, 그와 함께 명헌에게 청혼했다. 고급스러운 상자가 열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한 쌍의 반지와 그것을 제 손가락에 끼워주던 우성의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명헌은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명헌의 눈앞에 있는 것은 외국의 결혼식 모음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부를 보고 우는 신랑들 모음집이지만. 명헌은 이것을 보고 생각한 것이었다.

 

‘우성이 우는 것을 보고 싶다.’

 

물론 우성은 눈물이 많은 편이었고, 명헌이 울리겠다 마음먹으면 울릴 수 있었지만 이것은 또 다른 묘미가 아닌가. 게다가 먼저 프러포즈를 해준 것에 대한 답례도 겸사겸사. 명헌은 고민하지 않았고, 당장 핸드폰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였다.

[내일은 우성 턱시도만 맞추기로 해용. 나는 내가 알아서 준비할게용.]

그 문자가 전송되자마자 울리는 전화는 역시나 우성이었다. 명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명헌이형!! 왜?! 왜요?! 왜 형은 알아서 준비하는데요?!

 

 

전화기를 뚫고 들려오는 소리에 명헌은 잠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놀람과 당혹스러움이 숨길 생각 없이 느껴지는 것에 명헌의 입꼬리가 조금쯤 올라갔던가. 시선은 자신이 보던 동영상에 두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그러고 싶어졌어, 뿅. 어차피 턱시도는 그게 그거니까용.”

 

―그게 그거라뇨! 형이 입는 턱시도는 특별하단 말이에요! 왜? 진짜 그냥이에요? 진짜?

 

 

사실 네가 날 보고 놀라서 울어버렸으면 좋겠어, 뿅.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며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포커페이스 그 자체였다. 이렇게 쓰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제법 표정을 갈무리하는 능력이 빛을 발하는 때였다. 사실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우성에게 말해줘도 상관없었지만,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함이었다. 우성, 미안해용. 명헌은 마치 앞에서 대화를 하듯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뿅. 내일은 우성의 턱시도만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기도 하고.”

 

―…원래 이런 건 같이 가서 보는 건데…

 

“우성.”

 

―…알았어요. 형이 이렇게 말하는 건 이유가 있겠죠? 그쵸? 일단 알겠어요…. 내일 봐요.

 

 

전화기 너머로 미련이 뚝뚝 떨어졌지만 결국 우성은 명헌을 이기지 못했고, 납득 아닌 납득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제야 명헌은 비실비실 새어 나오는 미소를 드러냈던가. 미안해용. 당사자는 들을 수 없는 사과를 짧게 하고는 명헌은 동영상을 껐다.

 

 

 

*

 

다음날, 우성을 만났을 때는 누가 봐도 납득하지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화났다기보다 아쉬움과 미련이 가득한 얼굴이라 명헌은 또 웃음이 터질 뻔했다. 겨우 그것을 내리누르고 우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도 서운해용?”

 

“그냥… 형이 입은 걸 당장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형이,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말하는 우성의 눈빛에서는 ‘빨리 오늘 입는다고 말해요.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해요.’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 마음이 바뀌면 명헌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리라. 그 애처로운 눈빛을 가볍게 무시하고 우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 쓸어내렸다. 그제야 ‘명헌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 버린 것인지 우성은 명헌의 토닥임을 가만히 받을 뿐이었다. 대신 마음 바뀌면 꼭 같이 맞추러 가기예요! 하고 덧붙이는 것이 아주 약간의 미련이 남은 듯했지만.

 

미리 예약해놓은 샵을 들어가자,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을 맞이했다. 우성이 말하길 여기가 유명한 사람들이 주로 오는 곳이라나. 그래서인지 샵의 인테리어도, 걸려있는 턱시도들도 제법 화려했다. 그것을 입을 우성을 상상하니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형, 뭐가 어울릴까요? 어떤 걸로 입었으면 좋겠어요?”

 

 

 

검은색 턱시도들이 잔뜩 진열되어있는 곳 앞에서 우성이 명헌을 바라보았다. 뭐든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새삼 자신도 참 팔불출이다, 싶었다. 이것저것 우성한테 입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우성도 자신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할까. 명헌은 그제야 우성에게 아주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아주 작은 마음을 뒤로 한 채 명헌은 자신의 취향이 가득 담긴 턱시도를 서너 벌 골라냈다.

 

 

“이거, 이거 잘 어울릴 것 같아, 뿅.”

 

“형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면 그런 거겠죠! 입어볼게요. 기다려요.”

 

 

 

우성은 명헌이 탈의실 앞 소파에 앉는 것까지 보고는 탈의실 안으로 향했다. 가끔 형, 있죠? 형, 기다리고 있죠? 하고 명헌을 부르는 일이 있었지만, 명헌은 착실하게도 뿅. 있어, 뿅.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비슷한 대화를 서너 번쯤 주고받고서야 탈의실의 커튼이 양쪽으로 열렸다. 그때, 명헌은 떠올렸다. 한때 그가 산왕 농구부창설 이래 최고 미남이란 별명을 가졌었다는 것을. 길고 잘빠진 몸매에 착 붙는 턱시도는 어느 한 부분 부족한 곳이 없었다. 마치 애초에 그가 입기 위해 만들어진 것 마냥 잘 어울리는 것에 명헌은 잠시 넋을 놓았던 것도 같았다.

 

 

“명헌이형, 어때요! 완전 멋지죠! 또 반했죠?!”

 

“우성 덕분에 막 제정신으로 돌아왔어용.”

 

“네? 왜요? 그럴 리가?”

 

 

 

우성이 말을 하지만 않았어도 명헌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넋을 놓았으리라. 그만큼 새삼 다시 반했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성의 반응을 보아하니 또 말하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괜한 농담조로 내뱉자 자연스레 뻔뻔한 대답이 돌아온다. 명헌은 또 그게 싫지가 않아서 결국 픽 웃어버렸다. 

 

 

“형, 웃었죠? 역시 나한테 또 반했네. 이렇게 멋진 신랑 어디 가도 없죠. 그럼요.”

 

명헌이 웃는 것을 알아채면서도 마지막은 자화자찬이니, 명헌은 다시 웃고 말았다. 그래, 귀여우니까 봐주겠어용. 가벼운 대화를 끝으로 다시 탈의실에 들어간 우성은 명헌이 골라준 옷들을 전부 입어보고 하나하나 명헌의 앞에 선보였다. 그때마다 어때요? 멋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기대 어린 우성의 목소리에 명헌은 조금은 솔직하게 멋있다고 칭찬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멋진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어디 가서 모델해도 되겠네. 뿅. 솔직한 심정이었다.

 

총 네 벌의 턱시도를 입어본 우성은 고민 끝에 가장 처음에 입었던 것을 택했다. 결정하기 전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명헌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것들이 무색하게도 선택한 이유는 명헌이 형의 반응이 제일 좋아서였다. 처음 명헌이 넋을 놓고 보던 것을 놓치지 않았던 모양인지 형이 이걸 제일 오래 봤어요, 하면서 고른 것이었다. 그렇지만 명헌 또한 우성의 선택이 꽤 만족스러워 잘했어용,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두 사람의 결혼식장은 그리 화려하거나 성대하지 않았다. 작고 깔끔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명헌의 의견이 97% 정도 반영된 것이었다. 크지 않은 식장 안에 꽃들과 하얀 장식품들로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버진로드의 앞에는 유난히 튀어 보이는 농구공 두 개가 높이 올려져 장식되어 있었다. 농구선수인 두 사람에 대한 일종의 표시이기도 했고, 또 같은 농구부원들이 가벼운 장난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은은한 음악이 흘러 결혼식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내기도 했다. 가족들과 농구부원들, 몇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결혼식이 시작하려는지 자잘한 소음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이 와중에 가끔 명헌이 봤냐던가, 얼굴도 못 비추게 한다던가 신랑 대기실 문도 못 열게 해놨다더라 하는 말들이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

 

곧 식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조명이 버진로드 앞을 비춰냈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성이었다. 미리 명헌과 함께 가서 골랐던 그 턱시도를 입은 채, 조금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그럼에도 얼굴 가득 미소가 그려진 것이 누가 봐도 새신랑이었다. 신랑 입장! 소리와 함께 우성이 먼저 성큼성큼 발을 내디뎠다. 박수 소리와 함께 우성이 끝까지 걸어가자, 우성은 물론이고, 하객들의 시선들까지 버진로드의 끝으로 향했다. 이제야 드디어 명헌의 모습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애를 탔는지 우성의 손은 절로 주먹이 쥐어져 힘이 들어가 있었고, 명헌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전부 숨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또 다른 신랑의 입장곡이 울려 퍼지고, 문이 천천히 열리자 그 앞에 명헌이 서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머리에 올려져 있는 면사포였다. 이전, 결혼식 날짜가 잡혔을 때 우성이 그리도 간곡히 부탁했지만 거절했던 그것이었다. 무슨 면사포까지 쓰냐며 거절했던 명헌의 머리에는 지금, 한 겹의 면사포가 올라가 있었다. 끝이 레이스로 장식된 면사포를 뒤로 늘어뜨리고, 명헌이 발걸음을 옮기자 하얀색 턱시도가 눈에 띄었다. 우성이 입은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디자인의 흰 턱시도. 그와 함께 흰 구두를 신은 명헌이 손에는 작은 꽃들이 모인 부케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우성에게 향하고 있었다.

 

멍하니 그것을 보던 우성은 명헌이 우성과의 거리를 두 걸음쯤 남겨놓았을 때 결국 주저앉았다. 명헌의 모습이 보였을 때부터 눈가가 젖어가기 시작했던 우성은, 결국 주저앉자마자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우성이 울면서 한마디 하거나, 끌어안는 정도를 생각했던 명헌은 주저앉은 우성의 반응에 얼굴 가득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우성?”

 

 

명헌이 놀라 우성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자,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면서도 우성은 명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게 뭐예요! 면사포도 안 쓴다고 했으면서! 이렇게… 이렇게…”

 

“우성, 화났……”

 

“예쁘게 하고 나오면 어떡해요!! 어떡해요! 형이 너무 예쁘고 잘생기고 멋있어서 큰일이라구요! ”

 

 

하, 명헌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뱉어냈다. 내심 혹시 화났거나 서운한 건가 싶었던 걱정이 사르르 녹는 순간이었다. 명헌이 그런 우성을 보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말을 고르는 사이에도 우성은 어떡해요, 형. 너무 예뻐요, 멋있어요. 따위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우성, 알겠으니까 울지 말아용. 이러다 눈 다 붓고 사진에 못생기게 나온다구용.”

 

“이래도 형은 제가 제일 잘생겼다고 해야죠….”

 

“알겠으니까 그만 울어용. 결혼식 안 할 거예용?”

 

“해야죠!”

 

 

눈이 벌게지도록 울던 우성은 양손으로 눈가를 문지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명헌의 깜짝 이벤트로 중단되었던 결혼식이 다시 진행되었고,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후에 우성이 고백하기를 자신이 턱시도를 맞추고 간 이후에 그 샵에 하루걸러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했더랬다. 혹여나 명헌이 마음이 바뀌어 자기랑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할까봐 그것이 걱정되었다면서. 며칠 후에 명헌이 턱시도를 맞추고 갔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나서야 우성은 안심했다고 했다. 우성의 고백에 명헌도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계획했는지 털어놓았고, 우성은 진짜 놀랐다면서도 좋았다며 명헌을 몇 번이고 끌어안았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농구부원들에게는 한 소리 들었지만.

 

명헌의 작은 생각으로 시작되었던 서프라이즈 계획은 나름대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겠다. 모든 결혼식 사진에서 우성의 눈이 팅팅 부어오른 채 찍힌 탓에 그 모습이 평생 기록된 것만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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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e of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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